카드 1. 상황: 공식은 비율을 알려 주지만 분모는 알려 주지 않습니다
이 글은 40세 전후의 직장인 가운데 전세보증금과 전세자금대출(또는 주택담보대출)이 함께 있고, 예금·주식형 펀드·퇴직연금 계좌를 따로 운용하는 분을 위해 썼습니다. 이런 분이 "100에서 나이를 뺀 만큼 주식에 둔다"는 공식을 적용하면 첫 단계에서 막힙니다. 주식 비중 60%라는 숫자는 바로 나옵니다. 그러나 그 60%를 금융자산에 곱할지, 보증금까지 넣은 순자산에 곱할지, 대출을 뺀 금액에 곱할지는 공식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나이 기준 공식의 한계를 다룬 글은 대부분 소득 안정성, 위험 성향, 은퇴 시점의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설명해 왔습니다. 이 글은 그보다 앞 단계에 있는 질문 하나만 다룹니다. 보증금과 대출이 있는 가계에서는 분모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같은 60%가 전혀 다른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분모를 정하는 규칙을 먼저 세워야 공식이 실제로 쓸모를 갖습니다.
공식을 쓰기 전에 확인할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비율을 맞출 때 실제로 사고팔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입니다. 둘째는 그 돈과 별개로 앞으로 갚아야 할 돈이 얼마인지입니다. 두 금액을 한 장부에 섞어 적으면 60%를 어느 계좌에 적용해야 하는지 정할 수 없습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분모는 첫째 금액을 정하는 기준을 뜻하며, 둘째 금액은 카드 3에서 따로 다룹니다.
카드 2. 같은 60%, 분모 세 가지로 계산해 보기
아래 숫자는 설명을 위해 정한 가정입니다. 실제 통계나 특정인의 사례가 아닙니다. 계산은 독자가 직접 따라 할 수 있도록 단순한 사칙연산만 씁니다.
- 나이 40세로, 공식에 따른 주식 비중은 60%입니다.
- 전세보증금은 3억원이고,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억5천만원입니다.
- 예금 3천만원, 주식형 펀드 5천만원,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하는 퇴직연금 2천만원을 합쳐 금융자산은 1억원입니다.
이 가정에 분모를 세 가지로 바꾸어 넣으면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분모 A, 금융자산 1억원: 목표 주식 금액은 6천만원입니다. 현재 5천만원이므로 예금에서 1천만원을 옮기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 분모 B, 순자산 2억5천만원(보증금 3억원 + 금융자산 1억원 − 대출 1억5천만원): 목표 주식 금액은 1억5천만원입니다. 금융자산을 모두 주식으로 바꾸어도 모자라므로, 돈을 더 빌려야만 맞출 수 있는 비율이 됩니다.
- 분모 C, 순금융자산(금융자산 1억원 − 대출 1억5천만원): 결과가 −5천만원이어서 비율 자체를 계산할 수 없습니다.
같은 사람에게 같은 공식을 적용했는데 결론은 "1천만원 이동", "추가 차입", "계산 불가"로 갈립니다. 이 경우 공식의 한계는 60%라는 숫자가 틀렸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입력값을 정하는 규칙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분모를 바꾸는 효과가 나이를 한 살 더하거나 빼는 효과보다 훨씬 크게 나타납니다.
분모 B는 전세보증금을 안전자산처럼 셉니다. 그러나 보증금은 계약 기간 동안 꺼내 쓸 수 없고, 계약이 끝나 돌려받을 때까지 금액이 정해져 있어 비중을 맞추는 데 쓸 수 없습니다. 원금이 정해져 있다는 점은 채권과 비슷합니다. 그래도 사고팔아 비율을 조정할 수 없으므로, 이 글에서는 비율 계산에서 빼고 따로 적어 두는 방식을 권합니다.
분모를 고르는 판단 기준은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사고팔아 비중을 바꿀 수 있는지, 평가 금액을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 급할 때 꺼내 쓰는 순서를 정해 둘 수 있는지입니다. 세 분모 가운데 이 조건을 모두 갖춘 것은 분모 A뿐입니다. 분모 C처럼 대출이 금융자산보다 큰 상태는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가계에서 드물지 않게 나타나므로, 대출을 분모 안에서 빼는 방식은 처음부터 쓰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둡니다.
카드 3. 대출은 안전자산의 반대편에 놓입니다
예금 3천만원을 두면서 1억5천만원 대출 이자를 내는 가계는 채권을 사 두고 동시에 그보다 큰 채권을 발행한 상태와 비슷합니다. 예금으로 받는 금리보다 대출로 내는 금리가 높다면, 장부상으로는 안전자산 비중을 넉넉히 잡아 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두 금리의 차이만큼 비용을 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출이 있는 가계에서는 공식이 정한 안전자산 40%를 예금으로만 채울 수도 있고, 그 일부를 대출 상환에 쓰는 방식으로 같은 목표에 다가갈 수도 있습니다.
두 방식은 확인할 수 있는 금리 자료로 비교합니다. 전국은행연합회는 소비자포털에서 은행별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비교 공시를 제공하고,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금리로 쓰이는 코픽스(COFIX)도 공시합니다. 이 자료로 내 대출 금리가 은행권에서 어느 수준인지, 같은 은행권의 예금금리가 어느 정도인지를 같은 기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변동금리 대출이라면 대출 약정서에서 기준이 되는 지표와 가산금리, 금리 변경 주기를 함께 확인합니다.
금리의 전반적인 흐름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 발표와 경제통계시스템에 실린 예금은행 가중평균 수신·대출 금리 통계로 확인합니다. 이 통계는 은행권 전체의 평균이므로 내 대출 금리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보는 참고 자료로만 씁니다. 대출 상환을 검토할 때는 중도상환수수료가 붙는지와 그 기간도 약정서마다 다르므로 같이 계산합니다. 상환한 돈은 다시 꺼내 쓰기 어렵다는 점도 비교 항목에 넣습니다.
확인 절차는 순서대로 진행합니다. 먼저 약정서에서 현재 적용 중인 대출 금리를 적습니다. 다음으로 같은 시점에 공시된 예금금리를 찾아 나란히 적습니다. 예금 이자에는 세금이 붙어 실제로 받는 금리가 표시 금리보다 낮아지므로, 비교할 때는 이 점을 반영합니다. 마지막으로 중도상환수수료와 상환 뒤 줄어드는 비상 유동성을 함께 놓고, 금리 차이로 얻는 효과가 이 두 비용보다 큰지 판단합니다. 이 판단은 주식 비중 계산과 별도의 문서에 적어 두면 해마다 비교하기 쉬워집니다.
카드 4. 분모를 정하기 전에 적어 둘 준비 목록
분모 규칙은 한 번 정하면 해마다 같은 기준으로 다시 쓸 수 있도록 문장으로 적어 둡니다. 아래 목록은 그 문장을 만들 때 필요한 재료입니다.
- 전세보증금처럼 계약 기간 중 꺼내 쓸 수 없는 돈은 금액과 반환 예정일을 적고, 비율 계산 밖에 둡니다.
- 비상금은 각자 정한 금액만큼 먼저 떼어 비율 계산에서 뺍니다. 비상금이 주식 비중 조정에 섞이면 급할 때 손실 난 자산을 팔게 될 수 있습니다.
- 대출마다 잔액, 금리, 고정·변동 여부, 만기, 중도상환수수료 조건을 한 줄씩 적습니다.
- 퇴직연금 계좌가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되는지 실적배당형으로 운용되는지 확인하고, 분모에 넣을지 정합니다.
- "금융자산에서 비상금을 뺀 금액을 분모로 하고, 대출은 금리 비교로 따로 판단합니다"처럼 규칙을 한 문장으로 적습니다.
- 전세 계약 갱신, 대출 만기나 금리 변경일을 다시 점검할 날로 정해 둡니다.
카드 2의 가정에 이 목록을 적용해 보겠습니다. 예금 가운데 1천만원을 비상금으로 정했다면 분모는 9천만원이 되고, 목표 주식 금액은 5천4백만원입니다. 현재 5천만원이므로 차이는 4백만원입니다. 반면 퇴직연금 2천만원을 분모에서 빼는 규칙을 고르면 분모는 7천만원이고 목표 주식 금액은 4천2백만원이 됩니다. 이때는 현재 보유액이 목표보다 8백만원 많습니다. 퇴직연금을 넣느냐 빼느냐만 바꾸었는데 주식을 더 사야 한다는 결론이 줄여야 한다는 결론으로 바뀝니다. 그래서 규칙을 미리 적어 두어야 합니다.
퇴직연금을 분모에 넣을지 정할 때는 계좌 안에서 상품을 바꿀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계좌 안에서 원리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 사이를 옮길 수 있다면 비중 조정 수단이 되므로 분모에 넣는 쪽이 일관됩니다. 반대로 노후 전용 자금으로 따로 관리하려는 계획이라면 분모에서 빼고 별도로 적어 둡니다. 어느 쪽을 고르든 결론을 보고 나서 규칙을 바꾸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은 예금 2천만원을 주식 비중 조정에 쓸지, 일부를 대출 상환에 쓸지는 카드 3의 금리 비교로 정합니다. 두 판단을 한 번에 섞지 않고, 비율 계산과 대출 판단을 나누어 진행하면 결론이 흔들리는 일이 줄어듭니다.
연결해서 보면
카드 1은 나이 공식이 비율만 주고 분모는 주지 않는다는 문제를 제시합니다. 카드 2는 보증금과 대출을 어떻게 세느냐에 따라 같은 60%가 자산 이동, 추가 차입, 계산 불가로 갈린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카드 3은 대출을 안전자산의 반대편에 놓고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공시 자료로 비교하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카드 4는 이 판단을 해마다 같은 기준으로 되풀이할 수 있도록 분모 규칙을 문장으로 정하는 재료를 모았습니다.
네 카드를 이어 보면 순서가 정해집니다. 꺼내 쓸 수 없는 돈과 비상금을 먼저 빼고, 남은 금융자산을 분모로 정한 다음, 나이 공식으로 주식 비중을 계산합니다. 대출은 비율 안에 억지로 넣지 않고 금리 비교로 따로 판단합니다. 나이가 한 살 늘 때마다 비율을 1%포인트씩 조정하기 전에, 올해 쓴 분모 규칙이 작년과 같은지부터 확인합니다. 분모 규칙이 바뀌면 그 영향이 나이에 따른 비율 변화보다 훨씬 크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전세 계약이 끝나 보증금을 돌려받거나 대출을 상환하면 카드들의 관계도 달라집니다. 돌려받은 보증금이 예금 계좌로 들어오면 분모가 갑자기 커지고, 이를 그대로 계산에 넣으면 주식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는 돈의 다음 용도를 먼저 적고, 그 뒤에 분모에 넣을 금액을 정합니다. 점검일마다 카드 4의 목록을 다시 채우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판단 순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수치는 모두 설명을 위한 가정입니다. 특정 금융상품 가입이나 매수, 대출 상환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실제 금리와 수수료는 각자의 약정서와 공시 자료로 확인한 뒤 판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