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1. 상황: 계산기에 연 5%를 넣고 25년이라는 답을 얻었습니다
이 글은 매달 같은 금액을 적금이나 펀드, ETF에 넣고 있는 30~40대 직장인을 위해 썼습니다. 이런 적립자는 복리가 체감되는 때를 쌓인 수익이 그동안 넣은 원금과 같아지는 시점으로 정하고 계산해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점이 되면 잔액의 절반은 본인이 넣은 돈이고 나머지 절반은 수익이 됩니다. 매달 넣는 돈보다 불어난 돈이 계좌에서 더 크게 보이기 시작하는 지점이므로 체감 기준으로 쓰기에 알맞습니다. 연 수익률 5%를 넣으면 약 25년이라는 답이 나옵니다.
그런데 계산기에 넣은 5%는 세금과 물가를 빼기 전의 명목 수익률입니다. 흔히 소개되는 복리 계산은 이 명목 수익률을 그대로 쓰기 때문에, 계좌 잔액이 원금의 두 배가 되는 시점은 알려 주지만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두 배가 되는 시점은 알려 주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질문은 명목 수익률로 구한 도달 시점이 세금과 물가를 반영하면 얼마나 늦어지는가입니다. 복리의 원리를 다시 설명하기보다 같은 계산에 어떤 수익률을 넣어야 하는지에 집중합니다.
지금 내 계좌가 이 기준에서 어디쯤에 있는지는 계좌 화면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누적 납입 원금과 평가 잔액을 적어 두고, 잔액에서 원금을 뺀 누적 수익이 원금에 얼마나 다가섰는지를 봅니다. 다만 화면에 보이는 수익은 대개 세금을 떼기 전의 금액이고 물가도 반영하지 않은 금액입니다. 따라서 화면의 숫자만으로 체감 시점에 가까워졌다고 판단하면,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의 크기를 실제보다 크게 보게 됩니다.
카드 2. 계산식: 도달 기간은 약 126 ÷ 연 수익률(%)입니다
매달 말에 같은 금액 P를 n개월 동안 넣고 월 수익률이 i라면, 잔액은 P × ((1+i)의 n제곱 − 1) ÷ i이고 누적 원금은 n × P입니다. 수익이 원금과 같아지는 조건은 잔액이 누적 원금의 두 배가 되는 것입니다. 이 식을 연속복리로 근사해 풀면 연 수익률과 기간(년)을 곱한 값이 약 1.256일 때 조건이 맞습니다. 따라서 도달 기간은 약 1.256 ÷ 연 수익률, 백분율로 바꾸면 약 126 ÷ 연 수익률(%)이 됩니다. 이 숫자는 이 글이 위 식에서 직접 유도한 근사값이며, 공식 기준이 아닙니다.
근사의 오차는 작습니다. 연 5%를 월복리로 나누어 월 단위로 직접 계산하면 약 303개월, 즉 약 25.3년에 조건이 맞고, 근사식으로는 약 25.1년이 나옵니다. 이 식에서 확인할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월 납입액 P가 식에서 사라지므로 30만원을 넣든 100만원을 넣든 도달 기간은 같습니다. 둘째, 기간은 수익률에 반비례하므로 수익률이 절반이 되면 기간은 두 배가 됩니다. 수익률이 이미 낮은 구간에서는 1%포인트만 줄어도 늦어지는 기간이 크게 늘어납니다.
근사식이 맞는지 직접 확인하려면 스프레드시트에 월별 행을 만드는 방법이 간편합니다. 각 행에서 전월 잔액에 월 수익률만큼의 수익을 더하고 그달 납입액을 더한 값을 잔액 열에 적고, 옆 열에는 누적 원금을 적습니다. 잔액이 누적 원금의 두 배를 처음 넘는 행이 도달 시점입니다. 납입일을 월초로 바꾸면 납입금이 한 달씩 더 굴러가므로 도달 시점이 조금 앞당겨지지만, 결론의 크기가 달라질 정도의 차이는 아닙니다.
카드 3. 비교표: 명목·세후·세후 실질 수익률별 도달 기간
아래 비교는 카드 2의 근사식에 세 종류의 수익률을 넣은 결과입니다. 세금은 매년 생긴 수익에서 15.4%(이자소득세 14%와 지방소득세 1.4%)를 뺀다고 단순화했습니다. 물가상승률은 연 2%로 가정했으며 실제 통계값이 아닙니다. 실질 기준은 매년 납입액을 물가만큼 올려 실질 납입액을 같게 유지하고, 잔액도 오늘의 구매력으로 환산한다는 뜻입니다.
- 명목 연 3%: 명목 기준 약 42년 / 세후(연 약 2.54%) 약 50년 / 세후 실질(연 약 0.53%) 200년 이상으로, 사실상 도달하지 않습니다.
- 명목 연 5%: 명목 기준 약 25년 / 세후(연 약 4.23%) 약 30년 / 세후 실질(연 약 2.19%) 약 57년입니다.
- 명목 연 7%: 명목 기준 약 18년 / 세후(연 약 5.92%) 약 21년 / 세후 실질(연 약 3.85%) 약 33년입니다.
세후 실질 수익률은 (1 + 세후 수익률) ÷ (1 + 물가상승률) − 1로 계산했습니다. 표에서 세금이 늦추는 폭은 4~8년 정도이지만, 물가가 늦추는 폭은 수십 년에 이릅니다. 물가상승률은 수익률에서 거의 그대로 빠지는 값이고, 세금은 수익의 일부만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연 3%처럼 명목 수익률이 물가 가정과 가까우면 실질 기준으로는 수익이 원금을 따라잡는 시점이 오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됩니다.
표를 읽을 때는 같은 줄의 세 칸을 좌우로 비교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예를 들어 명목 연 7% 줄의 세후 실질 기간인 약 33년은 명목 연 5% 줄의 명목 기간인 약 25년보다 깁니다. 즉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더라도 구매력 기준으로 보면, 낮은 수익률을 명목으로 계산했을 때보다 늦게 도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익에 매년 세금을 매기지 않고 나중에 한꺼번에 과세하는 계좌라면 세후 칸의 숫자는 이 단순화와 달라지므로, 표는 방향을 보여 주는 참고값으로만 씁니다.
카드 4. 내 숫자 넣기: 계산 전에 준비할 입력값 목록
비교표의 숫자는 가정값으로 만든 예시이므로, 본인 계좌에 맞는 입력값으로 다시 계산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예·적금이라면 금융감독원 누리집의 금융상품 비교 공시에서 상품별 금리와 세전·세후 조건을 확인한 뒤 세후 금리를 넣습니다. 물가 가정은 e-나라지표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의 연도별 추이를 보고, 한 해의 값보다 여러 해의 흐름을 참고해 범위로 정합니다. 계좌 유형에 따라 과세 시점과 세율이 다를 수 있으므로 가입한 계좌의 과세 방식은 금융회사에 따로 확인합니다.
- 기대 수익률: 최근 한두 해 성과가 아니라 적립 기간 전체에 기대하는 값을 낮은 값·중간 값·높은 값 세 가지로 정합니다.
- 비용: 펀드나 ETF라면 운용보수와 매매 수수료를 수익률에서 먼저 뺍니다.
- 세금: 일반 과세 계좌인지, 과세 방식이 다른 계좌인지 구분해 세후 수익률을 정합니다.
- 물가: 통계 추이를 참고해 낮은 가정과 높은 가정 두 가지를 둡니다.
- 납입 계획: 납입액을 매년 물가만큼 올릴지, 같은 금액을 유지할지 정합니다. 같은 금액을 유지하면 실질 납입액은 해마다 줄어듭니다.
입력값을 정한 뒤에는 순서대로 계산합니다. 먼저 기대 수익률에서 비용을 빼고, 그 값에 세금을 반영해 세후 수익률을 구한 다음, 물가 가정으로 나누어 세후 실질 수익률을 구합니다. 이렇게 만든 수익률 조합을 카드 2의 식에 하나씩 넣으면 도달 기간의 가장 이른 값과 가장 늦은 값이 나옵니다. 납입액을 물가만큼 올리지 않기로 했다면 실질 기준 계산의 전제가 맞지 않으므로, 이 경우에는 카드 2에서 설명한 월별 표를 만들어 직접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투자상품의 수익률은 해마다 달라지고 원금 손실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일정한 수익률을 가정하는 것은 계산을 단순하게 하려는 장치일 뿐이며, 실제 계좌가 이 경로를 따른다는 뜻은 아닙니다. 따라서 결과도 한 시점이 아니라 범위로 적어 두는 것이 현실에 가깝습니다.
연결해서 보면
카드 2의 식은 도달 기간이 납입액과 상관없이 수익률 하나로 정해진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카드 3은 그 수익률을 명목으로 넣느냐, 세후 실질로 넣느냐에 따라 같은 계좌의 답이 25년에서 57년으로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카드 4는 그 차이를 본인 숫자로 확인하려면 어떤 값을 어디서 가져와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세 카드를 이어 보면, 계좌 화면에서 복리가 체감되는 시점과 구매력에서 복리가 체감되는 시점은 서로 다른 시점입니다.
실무에서는 두 시점을 함께 적어 두는 방식이 유용합니다. 명목 기준 시점은 잔액 그래프가 가팔라지는 때를 미리 알려 주고, 세후 실질 기준 시점은 그 돈으로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는 때를 알려 줍니다. 두 시점의 간격이 크다면 비용과 세금처럼 본인이 조정할 수 있는 항목부터 다시 점검해 볼 수 있습니다.
판단 기준은 계산된 도달 기간을 본인이 앞으로 적립할 수 있는 기간과 나란히 놓아 보는 것입니다. 세후 실질 기준 기간이 적립 가능 기간보다 길다면, 이 기준의 체감 시점은 적립 기간 안에 오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때는 수익률 가정을 높여 계산을 맞추기보다 체감 기준 자체를 다시 정하거나 기대치를 조정하는 편이 계산의 취지에 맞습니다. 이 글은 계산 방법을 설명하는 정보로, 특정 상품 가입이나 매수를 권유하지 않습니다.